지금 우리나라는 각종 성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여풍이 불고 있지만 아직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남성 주도의 성문화가 여성을 성적대상으로만 치부하는 왜곡된 성문화를 형성하는 한 원인이다. 이런 왜곡된 성문화는 남자와 여자의 심리가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결과라 할 수 있다.
한 연구 결과 남성은 자신의 파트너가 다른 남성과 성적으로 열정적인 밤을 보냈다는 상상에 더 많은 질투를 느꼈으며, 여성은 자신의 파트너가 다른 여성과 정서적으로 깊은 애정을 가졌다는 상상에 더 많은 질투를 느꼈다고 한다.
또한 남성은 여성이 성적 관계를 거절하면 정서적인 사랑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는 반면, 여성은 남성이 정서적인 교류를 거절하면 성적인 거절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이러한 견해 차이는 왜곡된 성적 의사소통을 야기하기도 한다. 많은 남성이 여성의 '노(No)'는 암묵적인 허락의 의사를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여성의 수치심과 분노를 실제보다 매우 약하게 생각한다.
여성의 사소한 행동에 대한 해석에 있어서도 남녀 간에 차이가 있다. 미소, 눈 마주침, 상대와의 대화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 가벼운 신체적 접촉 등은 성적인 끌림을 느끼는 상황에서 뿐만 아니라 플라토닉한 우정의 상황에서도 이루어지는 행동 유형이다.
그러나 남성은 여성의 이러한 우호적이고 친근한 행동을 성적인 관심이나 의도가 있는 것으로, 그리고 남성에게 성적 행동을 허용한다는 것으로 잘못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한 심리학 실험에서 처음 만난 남녀의 대화를 남녀 대학생들에게 관찰하도록 하고 대화 내용을 분석하게 했다. 그 결과 남성의 대화에 대해서는 남녀 대학생 모두 성적인 내용이 없다고 평가한 반면, 여성의 대화에 대해서는 여학생들은 성적인 내용이 없다고 평가했지만, 남학생들은 성적인 것이 포함돼 있다고 평가했다. 이렇듯 남녀의 인식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 뜻대로 상대의 의도를 해석하는 것은 가까운 관계에 있는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만 여기고 그들에게 잘못된 강요를 하는 결과를 가져 온다.
한 실험에 따르면 데이트 상황에서 남자의 유혹을 거절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힌 경우, 남성이 여성의 의도를 더 정확하게 파악했다.
예를 들어 "결혼하고 나면…"이라고 말한 경우와 "우리가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면…"이라고 말한 경우를 비교했을 때, 비슷한 내용 같지만 ´결혼´과 같은 구체적인 단어를 말하면서 거절의 이유를 설명한 경우가 남성이 여성의 거절 의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여성의 의사를 존중해 줄 수 있게 했다.
직장 내 성희롱, 데이트 성폭력과 같은 가까운 관계에서의 강요된 성을 제재하는 법과 제도 마련이 과거에 비해 상당히 진전되긴 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잘못된 고정관념과 성에 대한 남녀의 인식 차이를 극복하지 않는 한 이러한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남자와 여자. 실은 서로의 차이로 인해 매력을 느낀다. 그러나 그 차이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배려 없이 '나'만을 강요하고 '내 생각'이 곧 ´당신의 생각´이라는 태도를 갖는다면, 이는 가까운 이성관계에서의 갈등과 폭력의 씨앗이 될 수 있다.
´나´를 기준으로 ´상대´를 생각하는 것이 남녀 간 불미스러운 사건들의 가장 큰 원인이다. 일방적인 강요는 사랑이 아니다. 지금 내게 소중한 사람에게 사랑을 핑계로 잘못된 강요를 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길 바란다.
[ 본 칼럼은 여성잡지 "퀸"의 2013년 06월호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
여성잡지 퀸(QUEEN) : http://www.que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