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남자와 여자가 있습니다. 그들은 서로의 과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결혼을 앞두고 있는 여자가 있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소리지만 여자는 남자를 정말 사랑합니다. 그래서 결혼을 하는 거지요. 결혼해서 남자와 함께 살 집으로 짐을 옮기려 합니다. 그래서 이런 저런 짐들을 정리를 합니다. 짐 정리를 하다보니 옛날에 사귀었던 남자친구와 찍었던 사진이 있습니다. 여자는 괜히 찔립니다. 행여 결혼할 남자가 볼까봐 정리를 합니다. 그와 관련된 찝찝한 물건들까지도 다 없애버립니다. 그래야 그 남자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것 같습니다. 여자가 사랑하는 사람은 결혼할 그 남자이니까요.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 짐정리를 하다가 여자는 남자의 앨범을 보게 되었습니다. 남자의 어린시절 사진을 보니 절로 웃음이 납니다. 반항기가 가득한 중·고등학교 시절은 사진도 귀엽습니다. 그러다... 남편의 옛날 여자친구와 다정하게 찍은 사진을 발견하였습니다. 쿠궁~ 심장이 내려 앉습니다.
이건 뭐지? 남편이 옛날 여자친구를 잊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 여자와의 추억이 얼마나 좋았으면 그걸 간직하고 싶어서 그런가?.... 온갖 생각에 머리가 뒤죽박죽이 되었습니다. 어떻게 그런 마음으로 나랑 결혼할 수가 있는 것일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너무나 화가 납니다. 오늘 저녁 남편에게 묻고 따져야겠습니다. 가만 두지 않겠습니다. 이대로 그냥 살 수가 없습니다.
남자가 퇴근을 하고 집으로 갑니다. 오늘도 알콩달콩 깨소금 볶을 생각을 하니 빙그레 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가는 순간 뭔지 모를 이상한 기운이 돕니다. 정리를 하다 만 앨범들이 흩어져 있습니다. 아내를 불러보았지만 애교를 피며 다정하게 불러주던 아름다운 나의 사랑은 없습니다. 무서운 얼굴로 부어있는 아내가 보일 뿐입니다. 눈치를 보며 앨범을 정리하다 보니 옛날에 사귀었던 전 여자친구와 찍은 사진이 있습니다. 아뿔사... 이것 때문이구나... 이게 왜 여기에 있지? 남자는 도대체 알 수 없습니다. 이런 사진이 있었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 합니다. 뭘 그런 걸로 그러냐고 아내에게 얘기 해 보지만 무서운 눈으로 흘겨볼 뿐 남자의 얘기는 들으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모르겠습니다.
여자는 과거의 감정기억을 대부분 하는 편입니다. 특히 상처에 대한 기억은 더욱 더 또렷이 하는 편이지요. 그래서 그 상처를 치유하여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고 싶은 현재의 행복을 우선시 합니다. 지금 현재 사랑하는 사람에 의해 상처치유를 했기 때문에 과거의 사람이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중요하지 않은 과거의 흔적들을 남기지 않는 것이죠. 내가 간직하고 있는 것은 남편과 관련된 소중한 추억들 뿐입니다.
남자는 지나간 과거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현재의 감정이 가장 중요합니다. 과거의 감정은 기억을 잘 하지 못합니다. 필요에 따라서는 그 현상에 대해서도 잊어버립니다. 남자에게는 지금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알콩달콩 미래를 꿈꾸며 사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그래서 과거의 추억은 추억일 뿐, 지금 현재 나와는 별로 관계가 없습니다. 여자가 과거의 여자의 사진 - 내가 기억도 하지 못하는 사진을 보고 화를 내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말을 믿지 못하는 것이 답답할 뿐입니다. 남자에게 중요한 것은 지금 나와 함께 미래를 꿈꾸는 사랑하는 아내가 곁에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