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 대에 남편 외도로 고통 받으며 견디다 이혼하고 혼자 십여 년을 돈만 벌며 살았습니다.
아이도 있었지만, 자기들 살기 바빴고 오십 대 후반 쯤 좋은 사람 만나 사실 혼 관계로 살다 십 년 만에 사별했습니다.
혼자 된 삶이 익숙했었지만, 사실 혼 관계로 살며 갈등도 있었지만 서로 많이 의지했던 것 같습니다.
그분이 먼저 가고 혼자라는 외로움과 두려움에 사람도 만나고 외부 활동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집에 오면 혼자라는 불안과 외로움이 채워지지는 않았지요..
그래도 혼자인 삶에 외롭지 않으려고 열심히 안간힘을 썼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 나이 탓인지 하나둘 성인병에 걸리며 심리적으로도 약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큰 병은 아니었지만 몇 가지 수술을 하며 고혈압과 당뇨도 생겼고 아이들은 수술 후 재활을 해야 하니 전문 병원에서 재활 하라고 권했습니다.
나이가 들면 집이 왜 이렇게 좋은지….
아무도 반겨줄 사람 없는 집이지만 하루라도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마음과 병원을 오가며 통원 치료하는 것도 재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과 비용 또한 아까워 집으로 바로 퇴원을 했습니다.
불편한 몸이었지만 마음은 편했고 대충 먹지만 나름 챙겨 먹으려 노력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욕실에서 나오다 어지럼증에 다리가 풀리며 넘어졌는데 걸을 수가 없었습니다.
기어 다니다시피 하며 생활을 했지만, 아이들에게 전화해서 도움을 청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좀 쉬면 괜찮아질 것 같았고 아이들은 모두 너무 바빴고 작은 딸아이는 제가 전화하는 것을 싫어했고 짜증과 불평이 많았으니까요. 모두 제 탓입니다.
며칠을 누워 지내다 너무 허기져 뭐라도 먹으려고 주방으로 기어갔지만, 몸은 맘처럼 움직이지 않았고 그대로 죽을 것 같은 두려움이 밀려왔습니다.
아이들에게 전화했는데 주말에 시간 내서 들르겠다는 대답을 듣고 저는 정신을 잃었습니다.
깨어보니 병원이더군요.
대퇴부 골절에 몇 가지 병이 악화했다는 말을 희미하게 들은 것 같습니다.
아이들을 서로 책임을 전가하며 다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제 통장을 작은 아이가 관리하며 병원비는 낸다 하고 간병인을 고용해 주었습니다.
또다시 수술했고 지병 탓에 완치가 힘들다고 하더군요….
거기에 조기 치매라는 진단도 함께….
내가 치매라니 믿을 수 없었습니다.
내 정신은 이렇게 멀쩡한데 아닌가 봅니다.
요양원과 병원을 오가다 결국 저는 요양원으로 보내졌습니다.
열심히 밥 잘 먹고 힘내면 집으로 돌아갈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나는 움직일 수 없는 몸이라는 것을 나만 모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가끔 와서 집 정리에 관한 이야기를 합니다.
내가 자는 줄 아나 봅니다.
저는 집에 가고 싶습니다.
그래서 집에서 통원 치료하거나 간병인을 집으로 오게 하면 안 되냐고 했지만, 아이들은 안된다고 합니다.
나는 꼭 움직일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요양원에서는 온종일 누워 말할 사람도 말해주는 사람도 없습니다.
먹으라 하면 먹고 싸면 짜증 내며 치워주고 자고….
저는 집에 돌아가고 싶습니다.
죽더라도 집에서 죽었으면 합니다.
정신은 아직 멀쩡한데 아이들은 치매가 더 심해졌다고 합니다.
이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비어있는 내 집으로 나는 정말 돌아가고 갈 수 없다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말 집에 가고 싶습니다….
살아오며 했던 많은 결정과 판단을 후회합니다.
그리고 모진 목숨 빨리 멈춰졌으면 합니다.
그러면 내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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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 복 연 구 소 상 담 법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