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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2-09-02 14:49
    [외도의문제해결] 별수 없이 저도 속물이었습니다.
     글쓴이 : 행복연구소
    조회 : 1,874  


    남편이 바람이 나도 제대로 났다. 한 두 번도 아니고….

    지난번 바람피운 여자는 2년 넘게 만나더니 지금은 6개월 정도면 여자를 갈아 치우는 것 같다. 남편이 바람기를 타고난 건지, 흘리고 다니는 여자들이 넘치는 건지….


    처음 남편 외도를 알고는 나도 다른 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모든 것이 무너지고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도 않고 내 생활이 엉망이 되었으니까. 무엇보다 남편이 문제이니 남편이 정신 차리지 않으면 우리 가정을 온전히 지키는 것이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긴 세월 외도를 밥 먹듯 하는 남편을 보며 내공이 생긴 것 같다.

    이혼을 정말 심각하게 고려해 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신이 없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남편의 경제력이었고 두 번째는 아빠 없는 아이들이었고 세 번째는 남편 없는 내가 되는 것이 두려워서 였다. 한 번도 그렇게 살아보지 않았으니 막연하고 두려웠다.


    외도를 들키고 난 후 남편은 아예 대놓고 바람피웠다. 내가 이혼하지 못할 것이라는 걸 남편도 알아챈 것이다.

    그런 점이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여 분노를 참지 못했지만, 돌아오는 건 할퀴어진 내 마음 뿐이었다.


    바람피우는 남편을 둔 나는 긴 시간 동안 분노, 집착, 친절, 유혹, 이해 등 해보지 않은 것이 없다. 제대로 했으면 어쩌면 성공했을지도 모르지만, 그 당시 난 무엇을 기다릴 만큼 마음의 여유가 전혀 없었고 조급했으며 피해자라는 의식이 매우 강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난 지금의 내 생각은 많이 달라졌다. 나를 돌아보게 되었고 남편 관점에서 나는 여자도 아니었겠구나….

    남편도 우리 부부 관계를 개선해보자고 요구하며 노력한 적이 있었다는 사실도 인정하게 되었다.


    바람피우는 남편….

    나는 왜 이혼하지 못하고 아직도 그 꼴을 보며 살고 있는 지를 생각해 보았다.

    결론은 남편의 경제력과 명예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인정하게 되었다. 

    나는 이혼 후 재산 나눈다고 해도 그것을 유지하는 것도 경제 활동하며 먹고살 것도 자신이 없고 불안하다는 것이 이혼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다.


    내가 이혼하면 남편은 어떤 젊고 예쁜 여우 같은 여자랑 잘 살 것 같은 마음도 한 몫 한다.

    결국 부부 관계의 순순 함을 주장하며 당연하다고 여긴 나에게, 나를 돌아보고 별수 없이 나도 사람이고 속물이며 부부 관계 또 한 거래 관계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니 남편 측면에서 볼 때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 지 알게 되었다.

    좀 더 일찍 나를 알고 남편의 심리를 알아 힘들지만 적용하려 노력했었다면 아마도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부부가 나이 들어도 “그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고 측은하게 생각하고 돌봐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그것이 당연한 듯 남편을 개 보듯 원망하던 내 모습을 돌아보며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다.


    그래….

    인간은 누구나 자기 위주로 생각하고 바라는구나….

    나는 조건 없이 사랑과 헌신을 하고 남편은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남편외도로 인해 내 삶에 많은 번민으로 얻은 깨달음이다.


    결국, 조금 다를 뿐 부부 관계도 적당한 거래가 필요하며 나를 위한 노력과 상대가 바라는 것일 줄 수 있는 지혜가 부족했고 도덕과 윤리의 잣대로, 내 기준으로 남편에게 요구하고 관철하려 했으니 지금 내가 얻은 것은 남편 바람을 제대로 뚜들어 잡지도 고치지도 못했었다는 반성을 한다.


    세상을 먼저 살아본 일부 어른들은 인간관계에서 가장 힘든 게 부부 관계라고 하는 말의 의미와 산다는 건 평생 노력해야 하는 것이라는 말의 의미를 이제야 조금 알게 된 것 같다.


    나는 정말 내가 피해자라고 만 생각했지, 나도 문제 있는 사람이고 속물이고 겁쟁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못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남편은 아직도 바람피우고 다닌다.


    하지만 변화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내가 달라졌고 비록 남편이 가진 조건들로 인해 어정쩡한 관계는 유지하고 있지만, 나는 나를 위해 하루하루 알아가고 바꿔 나가고 있으니 내가 원하는 행복의 고지도 머지않았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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